얼마 전 안타깝게 별세하신 황수관 박사님의 인생 역정이 요즘 화제다. 어린 시절 돈이 없어 학비가 무료인 중학교에 가기 위해 매일 왕복 6시간을 걸어 통학했고, 오랜 주경야독 생활을 통해 결국 의대 교수가 되었다는 이야기다.


하지만 문득, 그의 삶이 주는 교훈이 그저 ‘열정과 노력으로 열악한 환경을 극복하자.’ 에 그쳐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황박사님께서는 존경 받아 마땅한 삶을 사셨지만, 나는 이 땅에 다시는 그와 같은 불우한 어린 시절을 보내는 사람이 없었으면 좋겠다.


그저 감정적인 차원에서 하는 말이 아니라, 실질적으로 신바람 박사님과 같이 세상을 이롭게 하는 사람들을 더 많이 키워낼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하고 그 편이 훨씬 국익에 도움이 된다는 이야기다. 열악한 환경에 처한 어린이가 개인의 노력만으로 수십 년 후 황박사님처럼 성장할 확률이 얼마나 될까? 왜 우리나라에는 제 2의 김연아와 박태환을 키워낼 시스템이 존재하지 않는 것일까? 그 동안 우리사회는 환경을 개선하려는 근본적인 노력보다는 기적과도 같은 극소수의 성공 스토리를 마치 모범 답안이라도 되는 양 강조해왔던 것 같다.


우리 나라의 많은 정책을 결정하는 위치에 있는 50~60대의 어르신들은 20~30대의 젊은이들에게 ‘노력이 부족하다.’ 거나 ‘요즘 애들은 정신력이… 내가 젊었을 때는…’ 따위의 훈계를 할 것이 아니라 그들이 좀 더 수월하게 효과적으로 목표를 찾고 성장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주는 일에 관심과 노력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반값등록금 가지고 선심 쓰듯 돈과 시간을 낭비할 것이 아니라 애초에 대학에 가지 않아도 충분히 먹고 살 수 있는 사회를 만드는 것이 우선되어야 한다는 이야기다.


처절한 노력을 통해 상처 많은 성공을 쟁취하는 사람보다, 불필요한 삽질을 줄이고 효과적으로 즐겁게 목표를 향해 걷는 사람들이 많아져야 한다. 무려 2013년이 되었는데, 왜 우리의 마음은 자꾸 황수관 박사님의 처절했던 60년대로 돌아가려고만 하는지. 그 분의 갑작스런 별세도, 우리가 그 소식을 소비하는 방식도, 모두 유감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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